*** 원두막 입니다 ***
C형 보시오
C형!
오랬만에 글을 보냅니다 잘 지내지요?
내 책상위에 걸려있는 달력은 농촌달력이 아니라 그런지 24절기 표시가없구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찾아봤더니 엊그제가 “상강“이라더군요
“한로“와 “입동“ 사이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이라지요
그날 아침 여지없이 서리가 내렸고 서리를 맞은 호박잎은 폭격을 당한양 검게 느러졌더군요
자연의 오묘함과 선조들 삶의 지혜가 나로하여금 좀더 겸손케하는 가르침을 주는 느낌이더군요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답니다
다행히 상강 전날 이곳을 찾아준 도시의 친구들이 호박잎을 져서 쌈이라도 먹어봤으니 당행입니다
만약 친구들이 오지 않아았다면 호박잎쌈에 삼겹살 싸먹는 맛 내년이나 가능했을터인데...하하하!!!
형!
내가 이곳으로 온지가 벌써 달포가 지났구려
난 이곳에 와서 참으로 좋은분들 몇분을 만났지요 아마도 그중 한분의 만남 때문에 이곳에 터를 잡기로마음작정이 더 굳어졌는지도 모르구요
내가 올봄에 백두대간 산행길을 나서서 추풍령을 지나고는 이곳 지기재에서 터를 잡았으면 좋겠다...라는 나의 산행후기를 읽으셨죠 그리고는 다음 산행길 신의터재 고갯마루 쉼터에서 김밥한줄로 점심을 때우고는 길을 나서다 운치있는 통나무집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물한통 얻으려고 기웃거리다보니 안채에서 촌로 같은분이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수도꼭지를 가르키며 한참틀었다 시원한물 나오면 받아가라 하시더군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출발하려 하는데 샤워라도 한바탕하고 가라는거 아니겠어요...하하하!!! 어짜피 이어질 산행길이기에 그냥 출발하려 했더니 그럼 차나 한잔 하고 가라 시는겁니다 그날 산행길은 그리 길지도 않았고 또한 산행이라는 것이 걷는것도 목적이지만 산행길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정겨운 이야기도 한없는 즐거움이기에 주저앉아 아주 특이한 차한잔을 얻어마시며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오 그러다가는 막걸리 한잔 더하라는 말씀에 주저앉아 짱아찌 몇조각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나누며 두어시간 그곳에서 정담을 나누다 그날 산행길을 마쳤답니다
그리고는 그분과 인연이되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왔다갔다하며 막걸리 몇잔하고... 그러다 정착하고는 자전거로 내가 가기도하고 그분이 오시기도 하며 밥도 같이 해먹고 막걸리도 하며 정담을 나누고있지요
그러다 호침 문제가 되어 내가 아저씨 라고 호칭을 했더니 징그럽다고 하시더군...하하하!!! 그래서 내가 큰형님으로 모시기로했다오...하하하!!!
형이 알다싶이 내가 큰아들이라 형이 없었는데 형님 한분이 생긴거지요...
큰형님도 도시생활을 무척이나 오랬동안하시다가 이곳에 홀로 내려오신지 한3년정도 되신다더군요
연세도 한참 많으시고 학식과 경험도 풍부하신분인데 귀향을 하시고는 염소도 키우시고 집도 직접 짓고
채소도 가꾸면서 홀로 생활을 하시는 모습이 너무 평온하시고 풍요로워 보였던 것 같았소...
아마도 그분 생활하시는 모습에 나도 이곳으로 내려오려고 그리도 빨리 도시 생활을 정리 했던 것 같소
C형!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그렇게 사람들끼리 포근한 인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참생활 같다는 생각을 한다오
어느날인가 해가 지고 저녁밥 지을때쯤에 큰형님이 오셔서 같이 저녁을 먹고 막걸리 한잔 하는데 큰형님 말씀이 우리 참생활하려고 이곳에서 만났으니 “ 잘살아보세~~” 라는 큰 목소리 말씀에 우리는 하하하!!! 하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오 하하하!!!
좋은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 진짜 잘살아 봐야겠소... 잘산다는게 뭐 별것 이겠소 돈을 번다는 것은 이제 끝이 난 것 같고 또한 직장에서 계급이 올라가고 도시의 출세 한다는것도 이미 틀린노릇이고... ...
C형!
도시 생활을 정리한 내가 뭐라할 말은 없지만 우리나이 이제 50이고 60쯤되었을때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를 오늘 하루는 곰곰히 생각을 해보고싶소
C형!
적막한 이곳에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가끔 화려한 도시의 소식도 들려주소
또 소식 전하리다 일교차가 심한 이즈음 건강 조심하시고...
05. 10. 25
추신 : 요즘 독감 백신 예방 접종하라는 마나님의 성화에 못이겨 보건지소에 전화 했더니
11월달이나 되야한다는군요 형도 예방 접종 한대 맞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