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모진 고통
숙명인 양 짊어지고
힘겹게 세월의 강을 건너오시더니
초점 잃은 동공에
앙상한 뼈마디가
바람 앞에 촛불로 흔들립니다
차마 눈에 밟혀 어쩌지 못할
자식들 앞에 두고
회한의 옷깃 여미며
파르르 질린 입술 틈새로
비수처럼 파고드는 나직한 당신 음성
'나는 이제 갈 때가 되었구나'
불효한 딸년 가슴에
대못 치는 아픔을 차마 어찌 감당해야 합니까,
눈물도 메말라
초저녁 야윈 달 귀퉁이에 걸어두고
숨죽여 상한 관절 쓰다듬으면
'되었다 괜찮다. 바쁜데 가보거라'
아버지 손등에
미세한 경련이 똬리를 틉니다
이제
한 조각 삶의 미련도 접어둔 채
담담한 묵도로 승화시키며
신음조차 힘겨운 유폐된 생을
오직 맑은 향기로 다스려 갑니다
난도질한 살점이
듬성듬성 엉키듯
핏기 서린 가운마다 삶의 애환 움켜쥐고
불규칙한 맥박에
깊은 밤 낙엽조차 소리 없이 흐느낍니다
아버지,
나를 팔아 당신을 살 수 있다면
정녕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척박한 가슴 온기로 데워가며
등불 하나 걸어두고 싶습니다
꺼지지 않는
소망의 불씨 하나 파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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