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一
我生五十年 내 태어난지 오십년
今有半成宅 이제 겨우 반만 지은 집을 가졌도다.
地僻人罕至 땅이 궁벽하여 오는 사람 드믈고
山深日易夕 산이 깊어 날은 쉬이 저녁이 되도다.
亦知生事疎 살아가는 일 성긴 줄을 또한 알건마는
猶勝勞形役 수고로이 육신의 노예됨보다 오히려 나으리라.
省力撤舊材 힘을 살펴 낡은 재목을 덜어내고
隨宜展敝席 편의를 따라 헌 자리를 폈도다.
無論固窮節 고궁의 절개는 말하지를 말아요
野性諧夙昔 야인의 성품이라 예부터 어울렸다오.
苟爲道不同 진실로 도를 함에 같지 않다면
千言難剖析 천 마디 말이라도 분석하기 어려우리.
其二
獨酌一杯酒 한 잔 술을 홀로 마시고
閑詠陶韋詩 한가로이 도연명과 위응물의 시를 읊노라.
逍遙林澗中 수풀과 시내 사이 거니노라니
曠然心樂之 훤히 마음이 즐겁네.
古書誠有味 옛글은 진실로 맛이 있으나
多病畏沈思 병이 많아 깊이 생각하기가 두렵구나.
疾惡憤遺臭 악을 미워하되 분내어 냄새를 남길까
慕善嗟後時 선을 사모하되 때를 놓쳐 한숨쉴까 하노라.
溪聲日夜流 시냇물 소리는 밤낮으로 흐르고
山色古今玆 산 빛은 예나 이제나 같더라.
何以爲吾心 무엇으로 내 마음을 위로할까?
聖言不我欺 성인의 말씀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
제목에 나온 그대로 도연명의 “移居” 라는 시에 화운한 것이다. 도연명(陶淵明)은 저 유명한 귀거래사를 읊은 중국 육조시대 동진의 전원 시인으로 후대에 계속 숭앙을 받은 인물이다. 퇴계선생 역시 도연명을 상당히 흠모한 듯 그의 유명한 시 음주(飮酒) 20수도 화운하셨다. 화운이란 차운이란 말과 거의 같이 쓰인다. 그런데 선생의 이 시는 그냥 글자만 화운한 게 아니라 아예 그 사상도 상당히 접근하면서 또 한 편으로 더욱 깊이 천착하여 더욱 놀랍다.
其一
昔欲居南村 옛날에 남촌에 살고자 했으나
非爲卜其宅 좋은 집을 가지고자 함은 아니었소.
聞多素心人 마음이 소박한 사람들 듣고서
樂與數晨夕 밤마다 여러 사람 와 즐기리라.
懷此頗有年 이 생각 가진지 자못 몇 년이더니
今日從玆役 오늘에사 이 일 이루었구나.
敝廬何必廣 초라한 집 뭣하러 넓을건가?
取足蔽狀席 발을 거둘 만큼만 자리를 가리지.
隣曲時時來 이웃 사람들 때때로 와서
抗言在談昔 지난 얘기 거침없이 하리라.
奇文共欣賞 기묘한 문장 함께 감상하며
疑義相與析 의심나는 뜻 서로 더불어 연구하리라.
其二
春秋多佳日 봄 가을 좋은 날 많으리니
登高賦新詩 산에 올라 새노래를 짓고.
過門更相呼 문앞을 지나며 서로 불러
有酒斟酌之 술이 있으면 잔질하리라.
農務各自歸 농사일에는 각각 스스로 돌아가고
閑暇輒相思 한가하면 문득 서로 그리리.
相思則披依 서로 그리우면 옷 걷고서도 찾아가
言笑無厭時 얘기하며 웃으며 싫증날 때가 없으리라.
此理將不勝 이러한 생활 이기지 못해
無爲忽去玆 홀연히 여기를 떠나지는 못하리.
衣食當須紀 입고 먹고 사는 생활은 마땅히 경영하리니
力耕不吾欺 힘써 밭갈면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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