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방

한남금북정맥 1구간 산행기

한림정(신방현) 2007. 12. 12. 09:14

서설(瑞雪)로 시작한 청풍명월 산줄기


언제 : 2007년 12월 2일(일) 날씨 : 진눈깨비 기온 : 영하 4~영상 6도

산행거리 : 약 20km 산행시간 : 7시간 22분 동행 : 귀연산꾼 2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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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경로>

대목리 천황사

08 : 25

불목이재

12 : 55

백두대간 갈림길

09 : 28

갈목재(390m)

13 : 54

천왕봉(1057.7m)

09 : 43

회엄이재

14 : 39

정맥 진입로

09 : 50

546봉

15 : 23

667.3봉

11 : 26

말티재(430m)

15 : 47

점심

12 : 00

산행시간

7시간 22분


<속리산 도로 개통 기념비>


고개 이름은 말재요, 처음 넘은 이는 누구였던지.

다만, 여기 생각나는 사람 신라 때 의신대사가 인도에서 돌아와

흰 노새 등에 불경을 싣고 속리산으로 들어가 법주사를 세울 적에 헐떡이며

이 재를 넘어가던 모습이 눈에 보인다.

다시 그 뒤에 고려 태조가 여기 이 길에 엷은 돌들을 깔았다하니

길의 형국은 아마 그것이 처음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이 험하고 가파르기 때문에 언제나 모두들 긴 탄식을 거듭하더니

천년이 지난 뒤 1923년에 이르러 우마차가 다닐 수 있는 새 길을 열었고,

1935년엔 자동차 길을 닦았으나 그 마저도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중략) … 우리 군과 미군의 장비 지원을 얻어

여기 폭 넓고 평탄한 큰 길을 닦아내니

이로부터는 수많은 사람과 수레들이 웃으며 넘어가고 웃으며 넘어오리라.

아! 고마워라. 쉽게 넘는 새 길이여!

아! 미더워라. 편히 가는 큰 길이여!

      

                        - 1966년 11월 1일 노산 이은상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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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계곡 정이품 부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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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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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들머리-천황사 앞 오른쪽 포장 시멘트 도로>

 

 

<서원계곡을 따라 속리산으로>


 뿌연 아침 공기가 날씨가 나쁘리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경부고속도로와 새로 개통한 청원-상주 고속도로를 달려 속리산 인터체인지에서 서원계곡으로 들어선다. 새 고속도로는 기존 도로보다 30분 정도 빠르며 훨씬 승차감 있게 다닐 수 있어 좋다.

 전국 어디든지 속리산 국립공원에 직접 연결이 가능하여 관광객 유치에 청신호가 켜질 것 같다.

 서원계곡은 구병산과 속리산 사이에 숨어있는 보물 같은 골짜기로 길이가 4km에 이른다.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흘러 여름 피서지로 각광 받으며, 제2의 화양계곡으로 불린다.

 계곡 진입로 옆에는 속리산 정이품송을 닮은 큰 소나무가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정이품송의 부인으로 ‘암소나무 또는 정부인 소나무’라고 부르며 수령 600년의 충북 지정 보호수이다. 정이품송에 비하여 생육상태가 좋고 형태도 상당히 아름답게 모양을 갖춰 대조적이다.

 속리산 주봉인 천황봉은 근래 지명 변경에 의하여 천왕봉으로 개명되었는데 높이는 1057.7m이고 빗방울이 떨어지면 하나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을 만들고, 북쪽이나 서쪽으로 흐르면 한강, 남쪽으로 흐르면 금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천왕봉 물방울을 삼파수(三派水)라 한다.

 천황사는 넓은 터에 대웅전이 우뚝 서 있고 새로 단청을 입혔다. 뒤로 속리산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아직은 제대로 절다움을 갖추지는 못했다.

 대목리에서 천왕봉 가는 길은 천황사 들어가기 전에 우측으로 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왼편에 여러 개의 조각상이 있는데 무속 신앙을 하는 사람들이 세워 놓은 듯하다.

 길가에 다닥다닥 달린 고염나무가 눈길을 끈다. 모두들 한 두 개씩 따먹으니 달콤하다. 하지만 너무 씨가 많아 이내 행렬에 합류한다. 수레 길을 따라 산길로 접어드니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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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도 짙어지고 가끔씩 눈망울도 뿌린다. 날씨가 좋으면 뒤편으로 속리산 주봉이 보이겠지만 전혀 오리무중이다. 나무로 만든 아치교를 지나니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모두들 겉옷을 벗고 숨을 고른다.

 ‘대목리 1.1km, 천황봉 1.6km'라고 적힌 이정표를 지나고 돌다리와 작은 지류를 건너니 정말 가파른 오르막이 연속이다.

 지도상으로 멀지않으리라 여겼던 백두대간 능선이 아득하다. 무려 1시간을 오르니 탐방로 안내판이 반긴다. 선두권 예닐곱 명이 호흡을 고른 후 사진을 찍으며 예전 대간 종주를 회상한다.

 미끄러운 천왕봉 오르는 길은 하늘로 향한 발걸음 같이 힘들고 고되다. 가장 빨리 오를 수 있지만 매우 난코스이고 험한 길이다. 두어 팀 대간 종주꾼들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악천후를 뚫고 종주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지겨웠던 그날이 되살아난다.

 정상은 서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비록 주변을 볼 수 없었지만 금년 들어 처음 맞아보는 눈발이다. 아마도 한남금북정맥 대장정의 첫 발걸음을 축하하는 서설(瑞雪)이 틀림없다.

 모두들 새로운 각오와 단결된 마음으로 시발점에 섰다. 서쪽으로 뻗어간 장쾌한 한남금북정맥과 금북정맥을 따라 귀연의 발걸음은 계속 될 것이다. 아름다운 팀웍과 함께하는 동행으로 멀지만 기필코 해낼 것이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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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금북정맥 대장정의 발길은 시작되고>


 속리산 정상에서 30미터쯤 남쪽에서 정맥은 시작된다. 처음 시발점은 묘한 바위 문다래미가 반기는데 눈이 쌓여 미끄럽다. 서로 도와 통과하니 정맥 길은 의외로 부드러운 길의 연속이다.

 구름이 없다면 문장대에서 정상에 이르는 주능선이 보이고 멀리 서북능선이 조망을 자랑인데 너무 아쉽다. 또한 백두대간이 갈령과 형제봉으로 달려가는 모습과 구병산 충북알프스가 한눈에 보일 것이다.

 시야가 없어 내달리던 걸음을 삼각점에서 잠시 멈춘다. 지도에 표시된 삼각점은 667.3봉이다. 봉우리를 지나면 왼쪽으로 길이 휘어지는데 많은 표지기들이 있어 길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모두들 시원스럽게 내달리는데 680봉을 오르면 선두와 후미가 나누어진다.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름 하여 A팀, B팀? 어느 팀이 더 산을 잘 타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앞으로 내달리는 그룹이 B팀이란다.

 그리고 산을 음미하며 유유자적 산담(山談)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걷는 귀족 같은 일행이 A팀이란다. 귀연을 처음 온 산꾼들이 무척이나 헷갈리는데 그 심오한 뜻을 알아차리곤 대부분 A팀에 아양을 떤다고 한다. 무리를 이끄는 대부들에게 잘 보여야 문전박대 안한다니 알아서 잘들 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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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첫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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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점-667.3m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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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감시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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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평안하고 가뿐한 오솔길 같은 산길>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적당한 너른 터에 밥상을 차린다. 언제나 진수성찬과 맛있는 술이 있는 점심은 종주길 최고의 쉼터이다. 따뜻한 된장국과 겉 저리 김치, 깍두기 그리고 정성을 다한 찬들이 목줄을 타고 넘어 간다.

 순식간에 배를 채운 일행은 갑자기 산줄기를 따라 잡기 시작한다. 완주를 위해서는 촌음을 아껴야한다는 정맥꾼들의 습성이 다시 도진 것이다.

  일렬로 도열한 분대원들은 속도전에 돌입한 군인들처럼 날쌔게 봉우리를 오른다.

 추풍낙엽처럼 뒤로 처지는 동료를 뒤로 하고 무인감시시스템 탑이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 불목이재를 사정없이 지나친다.

 불목이재는 능선의 방향이 갑자기 90도 왼쪽으로 바뀌는데 주위를 기울이지 않으면 곧바로 능선으로 오르거나 길을 잃기 쉽다.

 한참을 서서 후미가 오기를 기다리지만 따라붙는 기색이 없다. 이내 내달리니 평평한 헬기장이 나타난다. 앞선 팀들을 붙잡으려 휴식을 재촉하지만 사라져 버린 자취만 확인하고 몇 장의 사진을 찍는다.

 이번 정맥은 GPS 확인을 위한 몇 가지 사진 촬영이 필요하므로 중요 지점마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 아직은 분명하게 이정표를 세워 놓은 한남금북정맥이나 금북정맥 지도가 없으므로 작업이 잘 이루어지면 자료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580봉과 585봉 그리고 515봉을 넘으니 자동차 소리가 들려온다. 말티재와 닮았다는 갈목재를 오르는 자동차 굉음은 힘들게 매연을 뿜으며 고개를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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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목(葛目)재는 갈목리와 삼가리를 이어주는 505번 지방도인데 고도가 390미터나 된다. 양쪽 방향으로 꾸불꾸불 나있는 언덕길을 지나 산길을 오르니 잘 정비된 묘소가 나타난다.

 상당히 가파른 봉우리를 오르면 오늘 산행의 말미를 장식할 능선이 4.7km나 이어진다. 왼쪽 황해동 방향은 상당히 가파르고 조망이 좋은데 구름 사이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20여분 정도를 가니 서낭당 돌무더기가 보이는 회엄이재가 나타난다. 황해동과 갈목리를 이어주는 이 고개는 돌무더기의 크기를 보아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금은 갈목재가 생겨 차량이 오고가지만 예전에는 이 고개를 통하여 두 동네가 서로 이어졌을 것이다.

 능선에서 가장 높은 546봉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이 분주하다. 앞서 달려간 4명의 건각들, 그리고 함께 대열을 이룬 8명의 산꾼들은 몇 번 씩 봉우리에 속으며 지도를 확인한다. 이윽고 나타나는 이정표와 아름다운 벤치는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일행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준다.

 태양 전지판이 있는 시설물을 지나 정상이라 쓰인 봉우리를 오르니 말티재가 바로 아랫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속리산 휴양림에서 산책 코스를 정하며 이정표를 세워 놓았는데 산의 이름은 적어 놓지 않고 그냥 봉우리만을 표시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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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구역 표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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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엄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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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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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한 경사면을 내달려 당도한 말티재는 37번 국도에 있는데 예전에 세운 도로개통기념비와 새로 세운 돌장승이 반긴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말티재는 팔각정 쉼터가 있어 지나는 길손에게 휴식터로 제격이다.

 이은상님이 쓰신 도로개통 기념비를 읽으며 말티재의 유래를 떠올려 본다. 말티고개라는 이름은 조선 세조가 속리산으로 행차할 때 타고 왔던 가마를 말로 갈아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말'의 어원은 '마루'로서 '높다'는 뜻이니 말티재는 '높은 고개'라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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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씩 내딛는 발길이 청풍명월 충청도를 무사히 돌아 태안에 이르기를 기원해 본다. 서설을 맞고 시작한 한남금북정맥 종주가 많은 호응과 안전으로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뒤풀이가 준비된 속리산 휴양림으로 향한다.

 자연산 버섯으로 만든 찌개에 세천 막걸리가 함께한 풍요로운 뒤풀이였다. 정맥은 그 고장의 특산물이나 음식 생활 습관을 경험하는 중요한 기회다. 계속되는 종주길에 맛깔나고 특색있는 생활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멋진 시작! 그건 틀림없는 완주를 예고한다. 힘을 합치고 서로 이해하면서 긴 대장정을 완주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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