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을 감싼 최장맥 호남정맥 종주
기간 2006.2.5 ~ 2007.11.4 종주 : 24구간 동행 : 귀연산우회
<종주 구간별 코스와 거리>
구간 |
종주 코스 |
거리 |
날짜 |
구간 |
종주 코스 |
거리 |
날짜 |
1 |
모래재-주화산-슬재 |
22km |
06.2.5 |
14 |
숫개봉-깃대봉-피재 |
25km |
2.25 |
2 |
옥녀봉-경각산-불재 |
21km |
2.19 |
15 |
용두산-제암산-곰재 |
23km |
3.4 |
3 |
오봉산-묵방산-소리개재 |
21km |
3.5 |
16 |
사자산-일림산-봇재 |
19km |
4.1 |
4 |
소리개재-왕자산-굴재 |
16km |
3.19 |
17 |
활성산-그럭재-오도치 |
18km |
4.15 |
5 |
굴재-내장산-백암산 |
23km |
11.5 |
18 |
방장산-주월산-주릿재 |
18km |
5.6 |
6 |
감상굴재-천치재 |
24km |
3.26 |
19 |
석거리재-조계산-접치 |
28km |
5.20 |
7 |
치개산-광덕산-방축재 |
32km |
4.15 |
20 |
오성산-유치산-송치 |
26km |
6.3 |
8 |
봉황산-서암산-과치재 |
16.5 |
4.30 |
21 |
농암산-죽정치-미사치 |
15km |
6.17 |
9 |
방아재-만덕산-유둔재 |
23km |
5.7 |
22 |
도솔봉-따리봉-한재 |
18km |
10.7 |
10 |
장불재-안양산-둔병재 |
16km |
5.20 |
23 |
백운산-갈미봉-탄치재 |
25km |
10.21 |
11 |
오산-천왕산-천운산 |
22km |
11.12 |
24 |
국사봉-천왕산-외망포구 |
15km |
11.4 |
12 |
돗재-노인봉-개기재 |
17km |
12.3 |
|
도상거리 - 435.7km |
|
|
13 |
계당산-봉화산-큰덕골재 |
20km |
07.1.21 |
|
계 |
503.5km |
|
<산경표(山徑表) 이야기>
옛지도는 그리기 쉬운 물줄기부터 그렸다.
나머지 빈 공간은 저절로 산줄기가 된다.
1463년의 팔도총도가 그 사실을 보여준다. 하천만 그려져 있는 것이다.
몇몇 산이 수색 맞추기로 들어있긴 하지만, 산줄기 그림은 완성되지 않았다.
이후의 지도에서 산줄기 그림이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강줄기 그림이 정교해진 덕이지,
산줄기 자체를 그려내는 기술이 개발되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산을 오르지 않고 산을 그렸다는 증거는 고산자의 말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물줄기의 시작과 이들이 모이는 합수점을 감안하여
봉우리와 산줄기의 기슭을 분별한다.’
- 조석필의 '태백산맥은 없다'에서 -
<湖>
호남(湖南)이라는 용어는 택리지에 의하면 지금의 금강 상류인 옥천 지방의 물줄기가 사행천(蛇行川)을 이뤄 멀리서 보면 호수와 같이 보이는데서 유래한다. 현재는 대청댐에 의하여 호수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물의 흐름이 더디고 꼬불꼬불하여 산 위에서 보면 호수처럼 보였나 보다.
그래서 호수의 남쪽인 전라도 지방을 호남(湖南)지방이라 부르고, 서쪽을 호서(湖西)지방이라 불렀다.
백두대간의 긴 줄기에서 갈라진 금호남정맥에서 갈라진 호남정맥의 명칭은 그런 연유로 불려졌다. 남한에는 1대간 9정맥이 있는데 모두 큰 강이 흐르는 산줄기를 따라 이름을 정했다.
한강은 한북정맥과 한남정맥, 금강은 금남정맥과 금북정맥, 그리고 한남금북정맥이 있다. 낙동강은 낙동정맥과 낙남정맥이 있는데 호남정맥은 섬진강을 따라 산줄기가 이어진다.
2006년 2월 5일 귀연산우회는 호남정맥의 긴 줄기를 따라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금남정맥과 금호남정맥의 분기점인 주줄산이 있는 모래재에서 종주를 시작하였는데 백운산을 지나 광양 망덕산 외망포구까지는 도상거리 435.7km에 이른다.
산경표상에 나타난 호남정맥은 주줄산(565m)에서 만덕산(762m), 경각산(660m), 오봉산(513m), 묵방산(538m), 왕자산(444m), 고당산(640m), 내장산(763m), 백암산 상왕봉(730m), 대각산(528m), 추월산(729m), 광덕산(584m), 산성산(486m), 봉황산(236m), 무이산(305m), 연산(505m), 만덕산(575m), 국수봉(558m), 북산(780m), 무등산(1,187m), 안양산(853m), 오산(687m), 천왕산(424m), 구봉산(320m), 천운산(602m), 태악산(530m), 촛대봉(522m), 두봉산(631m), 계당산(580m), 봉화산(465m), 고비산(397m), 군치산(412m), 봉미산(506m), 국사봉(499m), 가지산(510m), 용두산(551m), 제암산(779m), 곰재산(510m), 사자산(666m), 일림산(621m), 활성산(465m), 봉화산(475m), 방장산(536m), 주월산(558m), 존제산(704m), 백이산(584m), 고동산(709m), 굴목이재(630m), 조계산(884m), 오성산(606m), 유치산(530m), 문유산(688m), 바랑산(620m), 농암산(476m), 수이봉(510m), 갓꼬리봉(688m), 형제봉(861m), 도솔봉(1,123m), 한재(850m), 백운산(1,218m), 망덕산(197.2m)까지 약 500km에 달하는 긴 산줄기다.
넘어야할 산도 60여 개에 이르고 명산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여느 정맥에 비하여 그 길이나 높이 등에서도 단연코 앞서고 있다.
호남정맥은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 보성강, 섬진강 등 여러 개의 강이 감싸 돌고 있지만, 크게 원류를 찾아보면 섬진강에 밑바탕을 두고 경천, 옥과천, 오수천, 화강천, 보성강 등이 합수하면서 그 남쪽과 서쪽이 연이어 형성돼 있으므로 섬진강과 그 원줄기를 기준으로 분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산경표에는 끝점을 백운산(1,218m)으로만 기재하고 그 기맥으로 여수현의 순천 동부로만 적어 백운산 이후의 정맥 마무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명시하지 않았으나, 여수현의 동쪽, 현재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에서 섬진강이 끝나면서 섬진강 하구를 이루고 있으므로 주줄산에서 망덕산 외망포구까지를 호남정맥 구간으로 표시하는 것이 옳다.
망덕산(197.2m), 천왕산(225.6m), 국사봉(447.3m), 불암산(431.3m), 쫓비산(536.5m), 갈미봉(519.8m), 천황재(450m), 매봉(867.4m)을 거쳐 백운산에 이르는 기맥까지 완주하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산경표에 없는 정맥을 마무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호남정맥은 진안, 완주, 임실을 거쳐 전북 순창으로 접어들며, 담양, 화순에서 무등산을 넘고, 장흥, 보성, 승주에서 섬진강을 끼고 돌며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를 크게 휘돈다.
백두대간의 용트림이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을 아우르며 이어진 산줄기인 호남정맥은 특색 있는 언어와 풍습 그리고 음식 문화와 삶의 방식에서 많은 고유함을 보여준다. 산과 강을 끼고 형성된 도시와 마을들은 죽세공품, 민요, 차(茶), 음식 등 풍성한 지방 문화를 만들었다.
<南>
남녘의 일상은 느긋하고 풍요롭다. 전라도 사투리와 민요 그리고 특색 있는 음식은 정맥 종주하는 동안 중요한 포인트였다.
온고을 전주의 비빔밥, 남원의 전통 한식집, 무등산 빛 고을의 풍성한 상차림, 순창의 고추장, 벌곡의 꼬막 정식, 하동과 광양 바닷가의 해산물들은 호남정맥의 반가운 손님이었다.
15명을 넘나드는 종주꾼들은 혹서기를 피하여 가시덤불을 제치고 산하를 누볐으며, 아름다운 호남지방의 명산들을 지났다. 흔히 호남지방이라 하면 평야지대인줄 알았는데 막상 종주를 통하여 상당히 산들이 많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내장산, 추월산, 광덕산, 무등산, 제암산, 사자산, 조계산, 백운산을 따라 연결된 산줄기는 그 높이나 능선의 거리로 보아 대간과 비교되는 큰 흐름이다.
종주를 통하여 귀연은 엄청난 산행 안내 시너지 효과와 대원들 간의 융화와 화목이라는 덤을 얻었다. 후미를 기다려주고 함께 가는 미덕과 선두의 역할 분담 그리고 산행 마무리의 효율적 친목 도모는 다른 산악회의 귀감이 되었다.
특히 종주를 통하여 새로운 산행 리더를 발굴하고 솔선수범하는 봉사 정신은 정맥팀 전체의 팀웍 형성에 대단한 산물이었다.
호남고속도로를 새벽녘에 달리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고충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배낭을 꾸리고 집을 나서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함께 간다는 팀웍이 없다면 단체가 정맥 종주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책임을 맡아서 지도를 준비하고 산행을 안내하며 뒤풀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며 이루어진 종주의 모든 살림살이가 그래서 더욱 더 귀중하고 보배로운지 모른다.
낯선 지방에서 길을 찾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지도에 나타나지 않은 길을 찾고 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 또한 크다.
이처럼 정맥 종주는 모든 상황과 형편이 고난의 연속이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많은 협조와 이해를 아끼지 않은 동료들과 힘을 모아주는 선배들이 있어 긴 장정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고비산을 넘던 날 힘들었던 산행 말미에 마을 어귀에서 무르익은 뒤풀이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고비산을 넘고 해를 넘기며 무등산을 지나 초원을 달리면서 호남정맥 종주 팀은 힘을 받기 시작했다.
<正>
정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신물이 나는 회원도 있다. 그건 지나치기 힘든 길목과 어수선한 등로 그리고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인 하루 20여km의 여정이 고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장흥과 보성 지방을 돌아 조계산에 돌아와 산줄기를 보면 거의 8자 걸음을 한 형국이다. 몇 구간을 돌았는데 겨우 옆에 위치한 섬진강을 빙빙 돌았기 때문이다.
호남정맥은 정말 길고 지루하다. 하지만 군데군데 명산과 절경이 있어 따분하지 않았다. 푸른 들녘과 드넓은 평야는 시원한 시야를 선물했고 가끔씩 만나는 조망들은 산행의 피로를 푸는데 청량제 역할을 했다.
무서리 내리던 날 만난 설화와 봄의 화신 철쭉 대행진 그리고 계절이 바뀌는 가을에 찾아온 단풍들이 종주 팀의 친구였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종주에 참여한 청계님과 백제의 미소님의 솔선수범과 끈기는 이루 표현하기 어려운 믿음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종주를 마친 두 분께 찬사를 보낸다.
삶은 지나치는 나이테의 연륜과 동일한지도 모른다. 세월이 지나고 허리가 휘어도 굵직한 땀방울이 밴 노련함은 그 어디에 내놔도 충분한 보증 수표가 된다. 종주 중에 나부끼는 유명한 산꾼들의 리본(표시기) 중에는 하얀 백발을 휘날리며 1대간 9정맥을 완주한 대가들이 즐비하다.
두 분의 원로님들이 1대간 9정맥을 완주하는 날 정녕 아름다운 인생의 선물이 되리라 확신한다.
정맥(正脈)은 정(情)을 통하는 자리이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종주 여정이지만 사람을 만나는 인연은 다양하다. 우정과 선후배 그리고 지역 주민을 만나는 감회도 재미있다. 먼 이동 시간도 사람끼리 대화를 통하는 계기가 된다.
아마도 정맥은 이 모든 산하와 사람이 하나가 되는 길목이어서 도중에 그만두기 어려운 마약인지도 모른다.
호남정맥 남쪽과 낙남정맥 남쪽의 남해안 지방은 북쪽인 전라도와 경상도가 구별되는 문화적 특성과 기후를 보인다. 하동포구를 중심으로 경상도와 전라도가 섞인 후 음식이나 언어 그리고 풍습이 비슷함을 엿볼 수 있다.
원래 고흥 , 여수, 남해, 통영, 거제도 일원은 조선 시대 한 동네인 양 비슷한 문화를 이루고 살았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을 여수에서 통영으로 옮기기도 했지만 통영 말씨는 고흥 말씨와 뿌리가 같았다는 주장도 있다.
고흥 사람이 광주에 가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이유도 말씨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것은 낙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인한 지형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우형은 이 지역을 따로 ‘남부해양문화권’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또한 전라남북도는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을 경계로 좌도와 우도로 나뉘기도 했다.
이처럼 정맥과 대간은 생활권의 분계를 이루며 그것을 경계로 말씨가 바뀌고, 음식 맛이 달라지며, 풍습을 달리한다.
정맥은 날씨에도 커다란 구분이 있음을 느껴본다. 긴 호남정맥의 종주에서 일기 예보에 귀를 기울일 때 상당히 지역적 차이와 특성을 갖고 있음을 알게 한다. 산악 지방과 해안선을 따라 종주할 때 일어나는 일기 현상은 대단한 경험이다. 중부지방이나 남부지방 예보를 믿고 장흥과 보성 그리고 벌교 근처를 산행할 때 전혀 다른 일기 변화를 경험했으며, 태풍이나 바람의 영향도 충청도 지방의 그것과는 많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거의 일기의 변화가 적은 충청도 지방이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것도 날씨의 변화나 기상의 이변이 다른 지역보다 무난하기 때문이다.
<脈>
맥은 핏줄이 이어지듯 연결된 거미줄 형상이다. 우리나라 국토는 1대간 1정간 13정맥이 호랑이 모양의 땅덩어리에 수많은 산줄기로 연결되어 국토를 구성한다.
산경표는 이런 산줄기의 흐름을 우리 조상들의 족보처럼 체계적으로 만들었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각 지방의 산줄기 흐름이 너무도 자세하게 되어 있는데 대간과 정맥을 통하여 그 발자취를 실제로 느낄 수 있다.
700여km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대장정과 금호남, 금남, 호남정맥의 긴 행로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국토의 형상과 규모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체험 현장이었다.
2년여의 대장정인 호남 종주가 귀중하고 소중한 것은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뿌리와 민족애를 체험할 수 있는 보람이 정맥 종주에 있는 것이다.
망덕산에서 바라본 남해안 포구와 섬진강 하구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하동(河東)은 섬진강의 동쪽이어서 붙은 지명이지만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며 수려함을 뽐내고, 백운산 자락 남쪽의 광양은 그 지명에 어울리게 세계 제일의 제철소를 품에 안고 있다.
풍수지리학이 역사의 모두였던 옛날을 기억한다면 우리가 지나온 고장이나 마을들의 번성과 쇠락을 대비하여 봄도 그저 우연이 아님을 인식하게 한다.
호남정맥 마무리에서 바라본 하동(河東)과 광양(光陽)은 같은 권역이면서 미래의 모습은 확연히 다른 문명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지나온 진안과 전주 그리고 광주와 화순, 장흥, 보성, 벌교, 순천, 광양에서 우리는 민족의 역사를 느꼈고, 맛과 멋이 간직된 조상의 뿌리를 알았다.
이제 남녘의 산줄기를 뒤로하고 또 다른 금강 이북의 지리와 풍습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 길이 고난과 험로의 연속일지라도 고산자 김정호의 발자취와 우리 민족혼의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에 들어감이니 기쁨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맥(脈)은 이어져야 한다. 길은 걸으면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귀연의 고귀한 산행 정신과 사람을 우선으로 챙기며 정이 함께하는 팀웍으로 종주를 계속한다면 1대간 9정맥 나아가 북한쪽 대간과 정맥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호남정맥(湖南正脈) 대장정에 이심전심으로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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