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7년 7월 22일(일)
산행코스 : 직전마을 - 피아골대피소- 용수골 - 반야봉4거리 - 임걸령 - 1424봉- 서산대 - 피아골대피소 - 직전마을 (9시간 소요)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6시 15분 아침 식사를 위해 덕유산 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한다. 안개비가 내린다.
▲아침 이른 시간에 어디론가 이동 중인 스님들
휴게소 앞에는 엔젤트럼펫(일명 천사의 나팔꽃)이 고운 자태로 눈길을 끈다. 20-30cm 정도 되는 원통형 나팔 모양의 미백색 꽃을 피우는 다년생 관목으로 샤넬향이 나며, 성경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천사가 긴 나팔을 입에 물고 소식을 전하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 가다가 865번 지방도로로 들어서 연곡천을 왼쪽에 끼고 진행한다.
풍수지상 제비가 날아가는 형국의 명당에 자리 잡은 연곡사(燕谷寺)에서 2km정도 오르면 조그마한 마을이 나오는데 직전(稷田)마을이다. 식용 피(稷)를 가꾸는 밭, 즉 피밭이 있던 마을이란 뜻이다. 옛날부터 이곳에서 오곡 중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했다하여 피밭골 (稷田谷)이던 것이 피아골로 바뀐 것이다. 임진왜란, 조선말 격동기, 여순반란사건, 6·25 등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8시 40분 “피아골 자연탐방로”를 들어선다. 넓은 산책로를 따라 표고막터까지 약 1km 진행하면 탐방지원센터가 보인다. 표고막터는 일제 강점기 때 이곳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했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9시 정각.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출렁다리(선유교)를 건너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으로 옛길이 나 있으나 출입통제 팻말이 붙어있다. 표고막터에서 삼홍소까지 약 1km의 빼어난 풍광은 피아골 산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삼홍교를 건너면 삼홍소 이정표가 서 있다. 삼홍(三紅)이란 가을 단풍으로 산이 붉게 불타 산홍(山紅), 붉은 단풍이 맑은 담소에 비쳐 수홍(水紅), 사람도 붉게 물드는 인홍(人紅)을 일컫는다.
삼홍소에서 10여분 오르면 구계포교가 나오고 여기서 바라보는 피아골의 경치는 마음속까지 시원함이 전해진다.
바위 턱이 아홉 개의 계단모양으로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계포폭포는 육중하면서도 신비로운 풍광과 더불어 완만한 암반위로 옥계수가 층층 계단을 타고 쏟아지는 장관은 탄성을 절로 나게 만들고, 이끼 낀 바위절벽은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절경을 뒤로 하고 다시 10여분 정도 오르면 남매폭포가 기다린다. 3∼4m의 아담한 쌍폭이다.
절벽에 매달린 듯 한 철계단을 지나 조금 더 오르자 와폭이 있고 기다리던 피아골 산장이 나타난다.
▲피아골산장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10분 정도 오르니 불로교(철다리)가 나온다. 이곳을 막 건너면 삼거리다. 왼쪽은 주등산로로 임걸령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용수골로 들어서는 길로 비지정 등산로여서 금줄로 막아놓았다. 금줄을 넘어 용수골로 접어든다. 용수골은 피아골의 상류로, 삼도봉 옆 소금장수 무덤이 있는 용수골5거리까지 이어진다.
화개재에 얽힌 설화 중 "운봉무더미"란 얘기가 있다. 운봉사람 소금장수 3대의 조상이 일흔살 나이에 화개에서 소금을 지고 운봉으로 넘어가다 화개재에 이르러 힘에 지쳐 소금을 진채 쓰러져 죽었는데 손자가 할아버지를 그 자리에 묻고 정성을 다해 큰 묘를 만들었다 한다. 화개재 언저리의 큰 무덤을 두고 그 소금장수의 무덤이라 해 '운봉무더미'라 부르고 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수많은 담과 소들이 시선을 빼앗고 곳곳에 쓰러진 나무와 숲을 가리는 안개로 더욱 신비스럽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계곡 또한 깊고 흐르는 물의 양도 풍부하다.
울창한 수림이 뒤엉켜 넘어지면 넘어진 대로 그대로 원시와 태고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직은 사람의 때를 덜 탄 때문이다. 진초록의 청류와 수림은 정적의 운치를 더해 신비감을 준다.
20분간의 짧은 식사를 마치고 계속해서 1시간 정도 계곡을 치고 오른다.
드디어 물줄기가 사라지고 부드러운 흙길을 10분 정도 치고 오르자 반야봉 4거리(직진하면 반야봉 오른쪽은 삼도봉 왼쪽은 임걸령)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10m 정도 이동하면 묘향대 들머리가 있어 용수골 5거리라고 부르는 곳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5시간이 소요되었다.
10분 정도 간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10분 정도 진행하여 노루목에 도착한다.
노루들이 지나다니던 길목이란 의미도 되지만 그보다는 반야봉의 지세가 피아골 방향으로 가파르게 흘러내리다 이곳에서 잠시 멈춰 마치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암두(岩頭)를 이루고 있어서 노루목이라 부른다고 한다. 노루목은 왼쪽으로 반야봉을 오르는 길이 갈라진다.
임걸령 샘터에 닿는다. 이곳은 옛날에 의적이나 도적들의 은거지였던 곳으로 유명하며 특히 의적 임걸(林傑)의 본거지였다 하여 임걸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해발 1,320m의 높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우뚝 솟은 반야봉이 북풍을 막아주고 노고단의 능선이 동남풍을 가려주어 산 속 깊이 자리한 아늑하고 조용한 천혜의 요지이며 샘에서는 언제나 차가운 물이 솟고 물 맛 또한 좋기로 유명하다. 목을 축이고 수통에 가득 채운다.
주능선 등반구간 중에서 노고단에서 임걸령까지 4km가 가장 편한 코스에 속하는데 옛날 화랑들이 말을 타고 달려 화살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는 과장된 전설이 있을 만큼 순탄한 편이다.
피아골 3거리에서 기다리던 호준님이 합류하여 돼지평전으로 향한다.
싱그러운 초원지대인 잘록한 능선안부를 지나면서 원타이정님이 미역줄기라는 잡목을 비롯하여 참나리, 원추리, 둥근이질풀, 비비추, 지리털이풀(단풍털이), 노루오줌 등 야생화의 이름을 줄줄이 알려주어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둥근 이질 풀
▲동자꽃
▲참나리-나리의 꽃말은 "불타는 정열"이란다.
▲비비추
'돼지평전'이란 어원은 마늘모양의 원추리 뿌리를 멧돼지들이 종종 파먹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
1424봉에서 후미 일행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반야봉4거리에서 2시간이나 소요되었다.
숲을 헤치며 능선을 따라 20분간 내려서자 지리산 옛 수도처의 하나인 서산대에 닿는다. 서산대라는 이름은 피아골 산장지기인 함태식옹이 서산대사가 이곳에서 기도했다는 화엄사의 기록을 토대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서산대(西山臺)는 반야봉의 7대(문수대, 묘향대, 종석대, 만복대, 금강대, 무착대, 서산대) 중의 하나로 지리산 심층 산행을 하는 지리산꾼들이 찾는 곳이다.
앞서 찾았던 묘향대, 영신대처럼 커다란 바위가 병풍처럼 쳐져 있고 주위의 풍광은 수도처로써 어떤 기(氣)가 느껴지는 듯하다.
10분 정도 살펴보고 능선 길을 따라 30여분 내려서 왼쪽으로 돌아 피아골 산장으로 내려선다.
▲피아골 산장지기 함태식옹
왼편 능선상에 독불 장군처럼 솟아있는 작은 봉우리는 흰무덤을 닮았다하여 흰덤봉이라 불리는 봉우리다.
삼홍교를 건너기 직전 왼쪽으로 금줄을 넘어 표교막터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옛길을 따라 15분을 진행하자 표고막터에 닿는다.
나뭇잎 사이로 파고든 햇빛이 그늘 짙게 드리운 산책로를 밝힌다. 바른 걸음으로 10분이면 산행을 시작한 피아골탐방로 입구에 다다른다.
연곡사 탐방
▲연곡사 동부도비(보물 제153호)
▲연곡사 북부도(국보 제54호)
▲의병장 고광순 순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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