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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억새평전에 빠져 행복했던 영남알프스 종주

한림정(신방현) 2006. 10. 16. 10:05

억새평전에 빠져 행복했던 영남알프스 종주


언제 : 2006. 10. 1(일) 날씨 : 흐림  기온 : 14~24℃

산행거리 : 21km  산행시간 : 8시간 동행 : 귀연 19명


 

<산행 경로> 

 

석남터널

09 : 30

신불산(1209m)

14 : 36

능동산 갈림길

10 : 40

신불재

14 : 51

배내고개

11 : 05

영취산(1059m)

15 : 38

배내봉(966m)

11 : 33

직벽 로프지대

16 : 00

간월능선암릉(점심)

12 : 20

지산리마을

17 : 00

간월산(1083m)

13 : 30

통도사 입구

17 : 20

간월재

13 : 54

 

8시간


<시간>


우리는 어디라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볼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할 수 있지만 내일은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내일이면 할 수 없기에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정용철의 좋은 생각에서-

 

 

<가지-운문에 이은 영남알프스 찾기>


 2003년 말인가 가지산과 운문산을 찾아 산정에 쌓인 하얀 눈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걷던 기억이 새롭다. 아름다웠던 가지산 자락을 넘어 운문산에서의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하던 추억이 아득하다.

 세월이 벌써 몇 구비를 맴돌아 희끗해진 두상과 바뀌어 버린 시대를 탓한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그리고 가을이 오면 장년의 회한은 내일에 대한 기약이 없어서인지 자꾸만 약해지기만 한다.

 정용철의 ‘시간’이라는 시에서 말하듯 우린 오늘이 지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아마도 내일이면 늦고 할 수 없기에 오늘이라는 시간에서 꼭 해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을 버스 안에서 시달려야하는 장거리 산행은 고달픔의 연속이다. 그래도 가고 싶은 산을 찾아 나서는 동행들은 저마다 의연하고 참을성이 많다.

 대구를 지나 울산 그리고 언양이다. 지금은 서울산으로 편입되어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고 석남사까지 4차선 대로가 뻥 뚫려있다.

 가지산 자락을 꽤 뚫고 터널 공사가 진행됨이 머지않아 사통팔달의 관광지로 거듭나리라는 예감이 든다.

 석남고개로 접어드니 주변의 산들의 높이가 대단하다. 고헌산을 지나고 가지산을 돌아 꾸불꾸불 고갯마루로 베이스캠프는 힘들게 이동한다.

 아직은 가을 단풍이 이르지만 들판에 익어가는 곡식과 산정의 고운 색깔은 시간의 흐름이 멈추지 않음을 실감나게 한다.

 석남터널을 지나기 전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산행에 대한 준비를 한다. 오늘은 전주와 익산 그리고 논산에서 찾은 산객들로 낯선 얼굴들이 많다.

 대열을 정비하고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니 이내 능선 길이다. 능선은 능동산과 재약산(載藥山) 그리고 천황산(天皇山)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길이다. 석남터널에서는 가지산과 운문산 그리고 고헌산으로 연결된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영남 고봉들의 대행진이 영남알프스이다.

 

 

 

 

 영남 알프스란 울산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등 3개 시도에 모여 있는 해발 1천m 이상의 7개 산군(山群)을 지칭하는데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재약산(1,189m), 신불산(1,208m), 영취산(1,059m), 고헌산(1,032m), 간월산(1,083m)등이 그것으로 유럽의 알프스와 풍광이 버금간다는 뜻에서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남알프스의 명물은 8∼9분 능선 곳곳에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 가운데 재약산 사자평원은 억새밭이 가장 장엄하게 펼쳐진 곳으로 꼽히고 있다. 무려 1백여 만평에 이르는 사자평원에는 가을이면 흰색 자태를 뽐내는 억새가 활짝 피어나 등산객들을 반긴다. 


 또 신불산과 취서산 사이 60여만 평의 신불평원과 간월산 아래 간월재에도 10만여 평의 억새군락지가 있으며 고헌산 정상부근에도 20만여 평의 억새밭이 새하얀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영남알프스에는 또 통도사와 석남사, 운문사, 표충사 등 문화유산을 간직한 고찰이 많다.


 산에서의 만남은 반가움과 여유가 있어 좋다.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구애받지 않아 편하다.

 그저 산이 좋아 만나서 함께 산정에 오르고 자연을 벗 삼아 주유하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영남알프스의 긴 종주와 능선 그리고 억새평전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서사시를 맘껏 맛볼 수 있음은 산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산꾼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간월산과 신불산을 넘어 자연과 벗하다>


 배내고개에는 무수한 차량들로 만원이다. 이 지역 울산과 부산 그리고 대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모양이다. 능동산 갈림길에서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목엔 사람 비키기에 바쁘다.

 배내봉에서 간월산 오르는 암릉은 아기자기하다. 길게 뻗은 영남알프스의 S자 휘어짐이 유연하고 신불 공룡능선에서 오르는 암릉 자락의 역동성이 인상적이다. 자연이 빗어 놓은 암벽과 능선 그리고 푸른 하늘이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의 형형색색 휘날림으로 아름답다.

 하늘을 갈라 자연의 구석구석을 조망하는 그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워킹 족들의 한이 있다면 로프나 행글라이더맨들보다 볼 수 있다는 폭이 좁음이다.

 북쪽에 가지산을 두고 서쪽으로 재약산을 바라보며 남쪽에는 신불산과 맞닿아 있는 간월산은 동북쪽의 고헌산이 눈을 흘기며 일시에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간월산은 또 다른 이름으로 단조봉 또는 왕봉이라 부르기도 하나 이는 신불산을 일컫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다. 다만 정상에는 단조성이 있다는 기록에 대해 두 갈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간월산 주변에는 단조성과 과부성 또는 사리성이 있는데 옛날에는 취서산, 신불산, 간월산을 통틀어 취서산이라 불렀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취서산성과 연결된 성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토성으로 그 둘레가 2천자이며 성안에는 두 개의 우물이 있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당시에 언양지방의 의사들이 왜병의 공격을 받아 많은 희생자를 냈다는데 성의 이름도 여기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간월산은 8월 초면 정상주변의 키 작은 억새와 어울린 산나리 꽃이 만발해 장관을 연출한다. 긴둥재 아래 동쪽으로 저승골을 비롯하여, 천길 바윗골이 간월골짜기를 이루면서 태화강으로 흘러들어 울산평야를 살찌게 하고 있다. 서쪽으로 내리정과 왕봉골 등 깊은 골짜기를 파놓아 사철 마르지 않는 청정수를 배냇골로 흘러 보낸다. 그래서 여름이면 간월산에서 흐르는 골짜기마다 더위를 피해 찾아온 야영객과 피서인파가 북적댄다.

 간월고개에서 파래소쪽 왕봉골의 신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죽림굴이라는 천연동굴이 있는데 지금은 천주교 성지로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간월산 일대는 천주교의 박해를 피해 온 신자들이 세운 영남 최초의 공소가 불당골(간월골)에 있었으며 간월골에는 박해로 병사한 동정녀 김아가다의 묘도 있다.


 간월산에서 바라보는 천황산과 재약산의 큰 산정이 지척이다. 많은 산꾼들이 천황산과 재약산 그리고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을 휘도는 종주를 많이 한다.

 한 바퀴를 내친 김에 휘도는 산꾼의 기개가 발휘되는 곳 그 곳이 영남알프스이다.

 간월재를 내려서니 차량과 인파의 행렬도 만원이다.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의 점핑 장소와 착륙 지점에는 울긋불긋 장비를 짊어지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멋지다.

 하늘에서 고공을 오르내리는 그들의 기개가 아름답다. 상승과 하강 그리고 멋진 비행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는 그들이 자꾸만 시선이 가서 자리를 뜨기 힘들다.

 

 

 

 

 

 

 
 

 

 

<신불산에 펼져진 억새평전의 파노라마>


 높이 1,208m의 신불산은 북쪽으로 1,083의 간월산과 같이 1983.11.03에 울주군이 군립공원으로 지정한 산이다. 언양의 한 병풍을 이루고 있는 이 산들은 동쪽으로는 산세가 절벽을 이루어 기암괴석들이 흘립하여 있고 산정은 넓은 산상벌을 이루고 있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은 산세는 구름위에 장엄한데 사철 그 풍경이 아름다워 사람들은 영남알프스라 불러온다. 언제 누구인가 산정에는 산성을 쌓아 그 둘레 4,050자에 이르며 그 안에는 천지가 있어 사철 마르지 않는다 하였다. 조선조 영조 때 암행어사 박문수가 영남을 순행할 때 단조봉에 올라 이성을 보고 산성의 견고함을 만부가 당해도 열지 못하리라 하여 탄복하였다는 산성이다. 이 성을 일러 단지 같다하여 단지성이라 하며, 또한 단조성이라고도 부른다. 왕봉 아래에는 홍류폭포가 흘러 작괘천을 이루며 작천정에서는 간월사지가 있어 간월사지석조여래좌상이 명상에 잠겨 있다.

 신불산에 오르는 계단은 오늘 종주에서 가장 힘든 길이다. 나무 계단으로 잘 정돈되어 만들었으나 산에 오르는 산꾼들에게는 매우 지치게 하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고개에 오르는 산행로를 보호하려면 제일이다.

 신월재에는 철골ㄹ로 만든 헬기장과 게단 공사가 한창이다. 오르막에서 하늘과 맞닿은 억새평전이 장관을 이룬다. 하늘거리는 하얀 은색 벌판의 장관이 저 멀리 지평선과 맞닿아 있다.

 가을을 느끼게 하는 억새의 장관이 마침 떠오른 태양의 이글거림과 어울려 너무도 멋있다. 아마도 이런 장관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신불평전만의 귀함이다.

 역광에 빛나는 능선과 평원 그리고 페어글라이딩…….줄지어 평원을 걷는 산꾼들이 너무도 어울리는 아름다움이다.

 억새에 묻혀 카메라 삼매경에 빠진 비구니 스님의 밀짚모자 안에는 파르스름한 동안의 하얀 비밀이 간직하여 더더욱 신비롭다.

 하얀 억새, 환한 태양, 속세를 벗어난 중생의 일탈 그리고 자연의 긴 흐름이 이어지는 대지의 손길이 느껴진다.

 

 

 

 

 

 

 

 

 

 

 

 

 

<너무도 헷갈리는 영축산 지명의 어지러움>


 영축산을 오르는 마지막 발걸음이 거칠게 없다. 뉘엿뉘엿 해가 서산으로 기울며 모두들 발걸음이 빠르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영취산에 오르니 남으로 뻗은 낙동정맥의 긴 흐름이 아직도 가물가물하다. 지나온 신불산과 간월산 자락의 긴 능선도 먹구름에 가려 멀다.

 모두들 산행의 끝자락에 서서 촬영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능선과 억새평전을 가로 질러 내달린 영남알프스 종주가 영취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림에 놀란다.

 모두들 하루 동안 자연이 준 멋있는 여정에 감사하며 산정 표석을 바라본다.

 참으로 이상한 3개의 정상석이 이채롭다.

 왼쪽에 태극 문양에 새긴 취서산, 가운데 영축산?, 오른쪽에 영취산. 영축산 뒤편 돌에는 한자로 영취산(靈鷲山)이라 새겨져 있다. 아마도 취서산은 鷲捿山으로 표기하는 듯하다.

 기록에 의하면 영축산은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원동면,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에 자리 잡은 산으로 일반인에게는 취서산, 영취산, 축서산으로 알려져 있다. 지명과 관련하여 혼란스러웠으나 지금은 양산시에서 영축산으로 지명을 통일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이에 근거한 것으로는 양산을 대표하는 통도사의 사적 기둥에 영축산으로 기록되어있는 것과 석가모니의 법화경 설파장소가 영축산이란 점, 이에 신라의 자장율사가 통도사 창건할 때 이를 참고했을 것이란 점이 영축산으로 확정되게 되었다 한다. 영축산이란 신령스런 독수리의 산이란 뜻으로 예전에는 독수리가 많아서 그렇게 부른 것으로 보인다.

 취서산 이름은 통도사 뒷산을 말하는데 정상의 바위가 마치 독수리의 부리를 연상시키는 데서 취서산 또는 영취산의 취(독수리취)자가 들어가 그리 부른 것이다. 통도사 일주문에는 영취산 통도사라고 쓰여 있지만 취서산을 영취산으로 부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도상에는 취서산 또는 영축산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영축산이라 함은 불교에서 말하는 자연의 신비에 바탕을 둔 불법의 세계와 깊은 인연에서 비롯되며 이 산에는 신선과 독수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화엄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의 마가다국에 있던 산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도사에 내려오는 길목에는 곳곳에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지고 무엇보다 영남 알프스의 중심 산으로 천년고찰 통도사를 품고 있는 후덕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적송과 영축산 자락이 병풍처럼 어울려 노을이 빛난다. 통도사 뒤편 마을은 영축산이 배경이 되어 너무도 아름답다. 많은 카페와 식당 그리고 휴게 시설이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듯하다.

 통도사 다리를 돌아 주차장에 도착하니 해가 저물고 있다. 보은에서 가져온 시골닭으로 만든 닭볶음탕으로 풍성한 뒤풀이가 흥겹다.

 어느 새 전국 각지를 주유하고 모인 식구도 여러 지역이어서 재미있다.

 서로 돕고 함께 해서 무척 즐거웠던 영남알프스 종주가 억새평전의 장관과 함께 가슴에 가득하다.

 아름다운 산하인 내 강토를 사랑하고 끊임없이 찾아 나설 동행들과 함께한 하루가 값지다.

 행복한 하루를 같이한 동료와 자연 그리고 오늘의 시간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산행 거리>


   석남터널 -> 능동산 -> 배내봉 -> 간월산 -> 신불산 -> 영취산 -> 통도사

          3km       2.3km     3.9km    1.8km     2.9km     7.1km


출처 : [대전]귀연산우회
글쓴이 : 靑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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