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한 바퀴 휙 둘러보며 말했다.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걸 보며 느껴지는 게 있나?”
나는 많은 것을 가졌네,
사업에 성공해서 돈과 지위를 얻게 되었지.
그래 나도 그게 최고인 줄 알았어.
그런데 어느 날 자네가 서 있는 그 곳에서
나도 어떤 군고구마 장수에게 고구마를 사기 위해 서 있었고
성공과 돈이 다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때였네.
군고구마 장수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었어.
군고구마를 달라고 말하기 미안 할 만큼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었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었나봐.
한 아이가 그 군고구마 장수에게 다가오더니
‘아빠, 몸도 안 좋으신데 이만 들어가세요,
제가 대신 일하고 들어갈게요.’ 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그저 참 효심 깊은 아들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에
마침 그때 내가 서점 하나를 인수했던 싯점이었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물하고 싶어서 물었지
‘애야, 학교 가서 공부하고
여기에 와서 밤늦도록 아버지를 도와드리면 힘들지 않니?’
그랬더니...
그 아이가 힘들지 않다고 말하더군.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여서
‘혹시 학교에서 필요한 책 없니?
이 아저씨가 서점을 하나 운영하는데
네 예쁜 마음이 아름다워서 좋은 책을 선물하고 싶구나.’ 물었었지.
그런데 그 아이는 아무런 책도 필요하지 않다더군.
회장의 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당연한 듯 말했다.
“동정 받기 싫었던 거군요.”
회장은 픽 웃으며 대답했다.
“동정? 나도 처음엔 그런 줄만 알았지.
그래서 ‘이 아저씨가 책을 주는 게 싫으니’라고 물었더니
그 아이가 대답하길
‘저는 하루에 한번씩
이 세상에서 가장 감동 깊은 책을 읽고 있는걸요.’라고 대답하더군.
나는 군고구마 장수가 가난한 살림에 그래도 좋은 책을 사주며
자식 교육은 잘 시키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물었지
‘어떤 책이 가장 감동 깊었니?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대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네.”
나는 궁금해져서 물었다.
“대체 그 책이 어떤 책이기에 회장님이 놀라시기까지......”
“어떤 책이 가장 감동 깊었냐고 묻는 나에게 그 아이는
‘전, 이 세상에 그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책보다
몸도 불편하신 아버지가
손수 수성 팬으로 삐뚤삐뚤 써 놓으신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라는 문구가
세상에서 가장 감동 깊어요.
저 글씨 안에는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아무리 자신의 몸이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저는 아버지의 저 글씨를 보며
마치 책장을 넘기듯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넘겨 볼 수 있어요.’라고 대답하더군.”
김종원의 세븐 데이즈(Seven Days)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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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럽디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능력 있다고 해서
하루 열 끼 먹는 거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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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웠다고 해서
남들 쓰는 말과
틀린 말 쓰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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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발버둥 거리며 살아봤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깁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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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원 버는 사람이
천 원 버는 사람 모르고
백원이 최고인 줄 알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것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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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상하게 살아야 한다면
벌지 않는 것이
훨 나은 인생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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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는 세상,
그 세상 원망하고
세상과 싸워봤자
자기만 상처받고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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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자기 속편하고 남 안 울리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사람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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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그거 조금 버리고 살면
그 순간부터 행복일 텐데
뭐 그렇게 부러운게 많고,
왜 그렇게 알고 싶은게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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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뭘 그리 잘 쳐먹고 살았다고
그렇게 버둥대는지
내 팔자가 참 안 됐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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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웃던 입가에는
어느덧 싸구려 미소가 자리잡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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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손해보며 살던 내 손에는
예전보다 만 원짜리 몇장이 더 들어 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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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만원짜리 몇장에
그렇게도 예쁘던 내 미소를
누가 팔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도매로 넘겨버렸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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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럽디다.
세상 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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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침대에서 잔다는 것이
좋은 꿈꾸는 것도 아닙디다.
좋은 음식 먹고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디다.
사람 살아가는 것이 다 거기서 거깁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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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들 갑디다.
내 인생인데
남 신경 쓰다보니
내 인생이 없어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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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살 때
TV 광고를 그대로 믿고,
친구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살때가
좋은 때였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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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디다.
언젠가부터 술이 오르면
사람이 싫어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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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많아 올라야
내 진심이 찾아오고
왜 이 따위로 사느냐고
나를 몹시 괴롭힙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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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면 잘 사는건지?
잘 살아가는 사람은
그걸 어디서 배웠는지 안 알려 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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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말,
그 말 정말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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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무슨일 있는냐고 물을 때
난 그 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깨가 굽어 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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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없는 내 어깨가
내가 지은 죄대신 받고 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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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어 하늘을 보다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고
정말로 기쁘고 유쾌해서 웃어본 지가,
그런 때가 있기는 했는지 궁금해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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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복잡해지는게 세상이었는데
자기 무덤 자기가 판다고
어련히 알아지는 세상
미리 알려고 버둥거렸지 뭡니까,
내가 만든 세상에 내가 질려 버립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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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할 건 왜 끝이 없는지
눈에 핏대 세우며 배우고
배워가도 왜 점점 모르겟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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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살 깍아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남보다 나은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둘러보니
이제껏
내 살 내가 깍아 먹고 살아왔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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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럽디다.
세상 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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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내 시간이 없고
태어나 살아가는 게 죄란 걸
뼈에 사무치게 알려 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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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할아버지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무서워하던
그 때가 행복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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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밥 먹고 "어여가자" 하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물 마른밥 빨리 삼키던
그 때가 그리워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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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좀 틀리게 살아보자고 바둥거리다 보니
남들도
나와 같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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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남들 따라 바둥거리면
지 살 깍아 먹고 살고 있습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