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

황진이의 상사몽

한림정(신방현) 2010. 9. 1. 10:17

황진이의 상사몽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혜원 미인도


          님 그리는 꿈(相思夢)


      - 黃眞伊  황진이 -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기룬 님 만날 길은 꿈길 밖에 없어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내 찾아 떠난 길로 님이 다시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 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한날한시 그 길에서 다시 만나지이다.

 

 


 

 

 인간이 지닌 원초적 감정 가운데 하나가 그리움이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마음, 누구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시인묵객들이 읊조렸던 단골메뉴이다.

어쩌면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기에 타인을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어울림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한편의 시를 들여다 보면,

시적화자가 ‘돌려말하기’를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내면세계를 은근히 탐색할 수 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노래한 류시화 시인의 시가 직접적이라면,

조선시대 여류시인을 대표했던 황진이의 옥구는

구구절절 사무친 그리움이 간접적으로 진하게 묻어난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래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의 이 시를 읽어나가노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밤을 기다리는 그녀의 절절한 그리움을 절묘하게 풀어낸 

몇 줄의 시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길따라 그임을 만나러 가니

길 떠났네 그임은 나를 찾으려

밤마다 어긋나는 꿈일양이면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그리움이란 인간이 지닌 공통적인 감정이다.

그 상대가 친구, 부모, 연인, 누구든 간에 공유하는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행복한 그리움일 것이다.

오늘은 황진이의 시 한 수를 통해 순결한 행복감을 안겨드리고자 한다.

 

[Nicolas De Angelis]Quelques Notes Pour Anna(슬픈 안나를 위하여)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의당김씨의 가을달밤  (0) 2010.09.10
촛불 앞에서   (0) 2010.09.03
용과 돼지  (0) 2010.09.01
연밥따는 아가씨(采蓮曲)   (0) 2010.08.30
당신이 그냥 보고싶어  (0) 201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