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의 상사몽
혜원 미인도
님 그리는 꿈(相思夢)
- 黃眞伊 황진이 -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기룬 님 만날 길은 꿈길 밖에 없어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내 찾아 떠난 길로 님이 다시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 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한날한시 그 길에서 다시 만나지이다.
인간이 지닌 원초적 감정 가운데 하나가 그리움이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마음, 누구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시인묵객들이 읊조렸던 단골메뉴이다.
어쩌면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기에 타인을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어울림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한편의 시를 들여다 보면,
시적화자가 ‘돌려말하기’를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내면세계를 은근히 탐색할 수 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노래한 류시화 시인의 시가 직접적이라면,
조선시대 여류시인을 대표했던 황진이의 옥구는
구구절절 사무친 그리움이 간접적으로 진하게 묻어난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래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의 이 시를 읽어나가노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밤을 기다리는 그녀의 절절한 그리움을 절묘하게 풀어낸
몇 줄의 시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길따라 그임을 만나러 가니
길 떠났네 그임은 나를 찾으려
밤마다 어긋나는 꿈일양이면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그리움이란 인간이 지닌 공통적인 감정이다.
그 상대가 친구, 부모, 연인, 누구든 간에 공유하는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행복한 그리움일 것이다.
오늘은 황진이의 시 한 수를 통해 순결한 행복감을 안겨드리고자 한다.
[Nicolas De Angelis]Quelques Notes Pour Anna(슬픈 안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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